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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의 두얼굴

by 프리매쓰 2020. 8. 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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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은 역사가 아주 오래된 약이다. 고대 수메르인들은 버드나무 껍질을 먹으면 통증이 가신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순신 장군이 무과 시험을 치다가 말에서 떨어졌을 때 버드나무로 상처를 감싸고 시험을 마쳤다는 일화가 있다. 이 버드나무 껍질의 성분이 현대에 와서 의약품으로 발전한 것이 살리실산salicylic acid 즉 아스피린Aspirin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이는 약 즉 소염진통제로 활용되던 아스피린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와 같은 본래의 소염진통제로서의 위상은 많이 낮아졌다. 흔히 타이레놀Tyrenol이라는 상표명으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나 이부프로펜ibuprofen 같은 더 뛰어난 소염진통 효과를 갖는 의약품이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스피린은 다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항암 효과와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항암 작용은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라 기존에 알려진 소염 작용 즉 염증을 완화해주는 작용의 연장선에서 생각할 수 있다. 암은 결국 세포 가운데 하나 혹은 일부가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서 안 죽고 버티는 것을 말한다. 염증에 의해서 세포가 손상과 복구를 거듭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러한 유전적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염증을 줄이면 암이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드는 것이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아스피린은 항응고 작용도 하는데, 쉽게 말해서 피가 굳는 것을 막는다는 뜻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 혈관이 막힐 때 생긴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아스피린의 항응고 작용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는 것도 일면 당연해 보인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가장 중요한 질병인 암과 심혈관계 질환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스피린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아스피린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아스피린도 어디까지나 사람이 만들어낸 의약품인 만큼 부작용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스피린은 크고 작은 부작용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위궤양이다. 위궤양은 쉽게 말해 위벽이 파이는 걸 말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스피린에 의한 위궤양이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 원리로 언급한 항응고 작용 때문에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피의 응고가 상처 치유에 필요한 과정이란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나면 일단 피가 멎기를 기다리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다양한 음식을 먹다 보면 위벽에도 이래저래 여러 상처가 날 수 있다. 이 위벽에 난 상처도 회복되기 위해서는 그 주위의 피가 응고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스피린이 이러한 응고 작용을 저지하고, 결과적으로 위벽에 난 상처의 회복을 방해한다. 그게 바로 위궤양이다. 우리 인간은 항상 효율성을 추구한다. 적은 노력을 기울여 더 큰 효과를 얻을 방법이 있다면, 다른 이유가 없는 한 그 방법을 선택한다. 이러한 효율성 추구는 과학을 발전시키고 문명을 일으킨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효율성 추구가 나태한 욕망과 만나면 어리석음이 된다. 살 빼는 약, 키커지는 약, 독소 빼는 약 등. 이 약만 먹으면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고민이 한 번에 사라진다고 말하는 수많은 의약품 광고들은 그러한 인간의 나태한 욕망을 노리고 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아스피린을 암과 심혈관계 질환을 일거에 예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암과 심혈관질환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바램 때문에 분명히 존재하는 부작용을 간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스피린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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